죽음은 긴 삶의 끝에 얻는 선물

최용훈교수님 가톨릭관동대학교

지혜 있는 사람을 찾아 헤매다 소크라테스가 실망한 채 아테네로 돌아오자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정치가, 시인, 장인들은 그에게 경멸의 눈길을 보냈지요.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그리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아테네 사람들에게 매우 성가신 존재가 되었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이 늙은 철학자 주변으로 끊임없이 몰려들었습니다. 정치가들 뿐 아니라 시민들조차 소크라테스가 위험한 존재이며 젊은이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소크라테스를 체포해 투옥시켰습니다. 그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느낀 정치가, 시인, 장인들과 아테네의 많은 사람들 손에 그의 운명이 맡겨진 것이었죠.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당당했습니다. 옥중에서도 그는 자신의 믿음을 주장했고, 풀려난다 해도 계속하여 그들에게 질문의 폭탄을 던지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현혹한다는 이유로 그에게 유죄를 판결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그 어떤 아테네인이나 병사보다도 고귀한 존재이니 영웅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지요. 아테네인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지 않는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선고를 내립니다. 하지만 전투에 나섰던 함선들이 돌아올 때까지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는 미신을 믿고 있던 그들은 당장의 사형 집행을 미루었습니다.

사형에 처해지기 전 사흘의 시간을 갖게 된 소크라테스는 옥중에서도 추종자들,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 앞에서 유쾌한 문답을 계속했습니다. 그는 논쟁하고, 웃으며 자신에게 닥쳐올 잔혹한 운명에 전혀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죠. 어느 날 그의 충성스러운 친구이자 제자 크리톤이 소크라테스에게 말했습니다. 간수들이 뇌물을 받고 그의 탈옥을 돕기로 했다는 것이었죠.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망스럽군, 크리톤. 그대는 내가 생각한 만큼 날 모르는 모양이야. 내가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면 말이야!... 아테네는 오늘의 나를 만들었어. 나를 가르쳤고, 살게 했어. 나는 이곳에서 내 자식들을 양육했지. 내가 이 도시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오래전에 이곳을 떠났을 거야. 내가 이곳에 머물렀던 만큼, 나는 아테네의 지배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무언의 계약을 맺은 것이라네. 이제 이 도시가 나의 죽음을 결정했다 해서 내가 어찌 그것에 등을 돌릴 수 있겠나?”

크리톤은 재고해줄 것을 간청했지만 소크라테스의 결심은 확고했습니다. 마침내 그가 미나리 독이 든 독배를 마셔야 할 시간이 오자 그의 추종자들이 물었습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그 질문에 소크라테스는 껄껄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대들은 귀를 씻고 와야 할 모양이야. 내 말을 통 듣지 않는군.” 소크라테스는 주위를 돌아보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왜 그리 절망에 빠진 표정을 하는가? 한 가지만 묻지. 철학자란 무엇인가?” 추종자와 친구들은 슬픔에 빠져 그의 질문에 대답할 여유가 없었지요. “좋아. 굳이 말할 필요는 없네. 내가 얘기하지. 철학자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우리는 지혜를 사랑하고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추종자 중의 하나인 파이돈이 슬픔으로 인해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고맙네, 파이돈. 난 침묵은 견딜 수가 없어.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무엇보다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한 가지 미스터리가 있지. 우리가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 말이야. 많은 이들은 우리가 낙원으로 갈 것이라하고, 어떤 이들은 악인이라면 영원한 벌을 받기 위해 지하의 세계에 빠지게 될 것이라 하지. 또 다른 이들은 우리가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삶을 계속하리라 추측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저 끝없는 잠에 빠지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지. 하지만 실제 그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알아서도 안 되고 말이야. 그 대답은 하나의 선물 같은 것이지. 길고 행복한 삶 끝에 얻어지는 선물. 이런 이유로 나는 두렵지 않네. 내 호기심이 길고 충만했던 삶의 끝에 자리하고 있으니까. 죽음 속에서 우린 살아있는 동안은 알 수 없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이야. 단 하나의 논박할 수 없는 진리를!”

그 말을 마치고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셨습니다. 그러자 크리톤이 물었죠.

“떠나시기 전에 한 가지 더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물으려면 빨리 묻게. 선약이 있으니까. 내 시간은 이제 아주 귀한 상품이 되었어.”

“선생님은 삶에서 무엇을 배우셨습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것.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나는 이전의 누구보다도 많은 질문을 했고, 그 누구보다도 많은 대답에 귀를 기울였네. 그래서 어떤 것들은 실제 진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지.”

이 말과 함께 소크라테스는 그가 사실이라고 생각한 모든 것들을 열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상에는 그렇듯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니, 우주에서 본다면 아마도 다양한 색깔의 장관이 펼쳐질 거야.” 그러나 이 말 뒤에 이어진 소크라테스의 얘기들은 모두 틀린 것이었습니다. 그는 아테네를 사랑하여 전쟁에 참여했을 때를 제외하곤 아테네를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크고, 멋지고 특이한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가 오늘날까지 가장 현명한 사상가로 여겨지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정치가, 시인들과 장인들, 그리고 법률가들과는 달리 그는 자신이 어떤 것도 확신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이것이 지혜로 이끄는 진정한 길임을 알고 있었죠. 험난한 삶 속에서 대답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겸손과 인내가 필요한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는 삶의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을 알게 되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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