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무지의 지혜'

최용훈교수님 가톨릭관동대학교



소크라테스는 걷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머리는 늘 산발이었고, 옷도 제대로 빨아 입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그를 끔찍하리만치 추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를 위대한 스승으로 여겼지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그는 거리에 서서 자신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철학을 설파했습니다. 그는 돈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죠. 그의 처와 자식들은 먹을 것이 떨어진 집안일은 나몰라하고 거리를 배회하며 자신의 이야기만을 전하려 했던 그에게 늘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유일한 관심은 ‘지식’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무언가를 알게 되는지를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바쁘고 시끄러운 도시의 거리를 돌아보며 사람들이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주목했습니다. 그가 법률가들에게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들의 대답들은 늘 ‘정의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다시 이렇게 물었습니다. “정의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법률가들은 “악에 대해 선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우물거리곤 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 대답에 혼란을 느꼈어요. 왜냐면 ‘잃어버린 재산을 되찾는 것’처럼 좋은 일로 보이는 것이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법률가들은 “왜 그렇죠?”라고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대답했죠. “만일 정신병자인 살인범이 자신의 무기를 잃어버렸다면, 그것을 찾아 그에게 돌려주는 것이 좋은 생각일까요?” 법률가들은 마지못해 소크라테스의 의문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소크라테스는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한 젊은이가 용감하게 무리들 앞으로 튀어나와 소크라테스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외쳤습니다. 자신이 델포이 신전에 다녀왔다는 것이었죠. 신전은 고대 그리스를 지배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신들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였습니다. 소크라테스의 곁에 있던 플라톤이 물었죠. “신전에서 무슨 얘기를 했나?” “신탁을 내리는 아폴론 신께 그리스 전체에서 소크라테스 선생님보다 더 현명한 분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없다’는 것이었죠.”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끼어들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다니. 더 중요한 것을 물었어야지. 이를테면 저녁 식사는 언제 먹느냐는 것 말이야.”

그리스의 신들을 경시했던 소크라테스는 지혜를 사랑하는 그의 추종자들이 실제로는 우스꽝스러운 신들의 말을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밤낮으로 그대들에게 가르쳤던 것이 무엇인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지! 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듣고 그것을 사실로 여길 수 있는 것인가. 나보다 현명한 사람은 분명히 있어. 그것을 증명해 보이지.”

소크라테스는 한 가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는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을 찾아내어 스스로 델포이의 신전을 찾아가리라 생각했죠. 소크라테스는 제일 먼저 정치가들을 만났습니다. 늘 그렇듯이 그는 그들이 무엇을 하며 왜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우리는 의회에서 시민들을 대표해 그들에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다시 혼돈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시민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는 정치가들이 그들을 대변한다는 말인가? 물론 그들은 시민들의 이익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시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얼마나 드문 일인가!' 소크라테스는 그의 태도에 분노한 정치가들을 보며 진정한 지혜를 찾기 위해서는 더 먼 길을 떠날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무거운 걸음을 옮겼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두 번째로 그리스의 시인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이들이야말로 밝은 지혜의 빛을 지니고 있으리라 확신했습니다. 그들의 글에는 늘 놀라운 생각들이 가득했으니까요. 소크라테스는 그들의 작품을 읊조렸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들이 쓴 글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인들은 한 시점에서 자신들이 느낀 것을 글로 적었고, 창작의 순간 그들의 머리에 떠오른 것을 기록했다고 말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들의 천재성이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들이 느낀 것을 낱말로 적어내는 능력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느꼈던 것을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들의 재능이 지혜라기보다는 영감(靈感)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몇몇 장인(匠人)들을 만났습니다. 재능 있는 목수, 상인, 요리사 그리고 숙련공들은 분명 어느 정도 지혜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들 각자는 소크라테스에게는 없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서둘러 델포이의 신전으로 달려가 자신보다 현명한 존재에 대해 말하고 싶었지만, 호기심에서 목수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성공한 목수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다른 얘기를 해줄 것이 있나요?” 목수는 신이 나서 자신이 세상에 대해 알게 된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숲 속의 나무들 중 가장 좋은 껍질을 가진 이 나무에서 나온 목재를 사용합니다. 신들이 이 나무를 가장 좋아하죠. 나머지 나무들은 나쁜 씨앗에서 자라난 것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겠습니까. 그것들은 신의 저주를 받아 환생한 인간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주변의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게으르게 서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소크라테스는 생각했습니다. '오, 이런! 이 사람은 멋진 테이블이나 의자, 찬장을 만드는 방법에 있어서만 지혜를 가지고 있군. 오직 그 한 가지 기술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있으니 세상에 대해서는 눈이 먼 것이나 다름없어. 그의 지혜를 나의 지혜와 비견할 수 없겠어. 내가 가지고 있는 지혜라는 것은 단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뿐이야. 하지만 이 '무지의 지혜'야말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게 해 주지.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말고는 아는 것이 없어. 그리고 그것이 나를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고.”

델포이의 아폴론 신이 내린 신탁은 옳았습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무지의 지혜’야 말로 진정한 지혜인 것이죠. 소크라테스는 신탁을 믿지 않았지만 세상의 지혜라는 것이 모두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소크라테스를 만대의 현자(賢者)로 만든 지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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